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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은 생각보다 힘들다 |1회 프롤로그 ㅡ 그녀 작가 : 이멘시페이티드비 | 등록일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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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피드를 쉴새없이 새로고침한다. 엄지를 살짝 들었다 놓기만 하면, 내 시야 안으로 수만가지 색깔들의 사진들이 밀려들어온다. 아름답고 잘생기고 흠잡을 데 없는 얼굴들 뿐이다. 타인의 일상의 황홀한 조각조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는 그저 잠에 들기 직전, 오늘 하루 동안 하지 못한 일들을 한탄하며 누워있었을 뿐인데, 이들은 대체 어디까지 갔다 무얼 하고 오는 길인걸까. 나만 이렇게 바닥에 눌러붙어있는 밥알 같은 삶을 이끄는 걸까. 가끔 그러한 의문이 든다. 나만 이렇게 망가져있는 걸까.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무채색으로 칠해진. 평범하지도 못한, 그 밑의 무언가. 간신히 헤엄쳐나간다. 질척하고 새까맣고 불쾌한 감정의 덩어리들 사이로. 

 

어느 순간부터 잊어버린 것 같다. 내가 무얼 찾아 여기까지 살아왔는지. 이 삶으로 무얼 이루어내고 싶었고, 또 어딘가에 도달하고 싶었는지. 가슴 속에 뜨거운 용광로가 존재하던 시절이 있기는 했던가. 주말 전 날 흘린 후회의 눈물로 잔뜩 젖은 베갯잇을 떨리는 손으로 밀어내며 눈을 뜨는 주말이면,  정오의 차가운 햇살이 내 등까지 와닿아 일렁인다. 따쓰하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온기가 내 손가락에 잠시 닿았다 이내 떨어진다. 희망은 주워담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것이 떨어져나가며 남긴 상처들은 오래도록 쓰라려, 내 손길이 닿지 않는 폐부의 깊은 구멍구멍에 남는다. 그리고 속절없는 공허감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나를 고통스럽게 하였다. 그 무엇보다도 더. 그래서 서둘러 의미없는 부피로 그 구멍을 막아낼 수 밖에.

 

오늘도 다를 바 없는 하루일까. 빛깔을 한꺼풀 벗겨낸듯한 옅은 노란색의 방에서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목재 바닥이 차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불 밖의 공기에는 냉기가 촘촘히 얽혀있었다. 추웠다. 입김이 보이는 것만 같은 환각, 분명 난방은 최대치로 올려져 있을 텐데, 몸이 엷게 떨린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펼쳐본지 몇 년은 된 듯한 오래된 전래동화들이 꽂혀있는 책장의 칸 앞에 분홍빛 거울을 두었었다. 심호흡흘 두어번 하고 까치발을 들었다 느릿느릿 내린다. 그리고 직시한다. 거울 속의 나를. 

 

오늘도 어김없이, 초라하기 그지없는 볼품없는 소녀를.

 

오늘은 무언가 바뀌었을 것만 같았다. 매일 아침 드는 생각이 있었다. 드디어 내 시간이 온 것은 아닐까. 이 밋밋한 외관 너머의 특별한 형질이 모습을 내보이는 순간이 임박한 것은 아닌가. 희망은 매일 밤 내 가슴이 미어지도록 몸집을 불리고, 내 심장에 다디단 속삭임들로 채워진 피를 흘려보내지만, 새벽빛이 닿는 순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터져버리곤 만다. 예상한 일이었다만, 그럼에도 나는 간신히 아물던 상처를 다시 헤집은 듯한 참담한 심정으로 바닥에 흩어진 내 감정의 편린들을 다시 쓸어담아야 했다.

 

그래도 오늘은, 오늘은 주말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토요일의 한가한 오후. 햇볕에 몸을 담뿍 담근 채 모든 생각들을 머리에서 흘려보낸다. 가끔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하고, 메마른 미소를 힘겹게 띄우다 다시 지워낸다. 

 

어느 순간 잃어버린 것 같다.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 하나를. 그게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애초에 내게 없었던 건 아닐까?

 

핸드폰을 꺼내려다 만다. 어차피 열어봤자 내가 참가하지 않은 행사들과 파티들과 모임에서 어떠한 찬란한 색깔들의 즐거움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발할 뿐일테다. 굳이 내 자신을 고문하고 싶지는 않다. 저녁때 까지는. 모든 빛이 침잠하고 내게 남은 것은 금속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랭한 블루라이트 뿐일 때까지는. 지금만큼은, 그냥. 나인채로 있으면 안되는 걸까.

 

문고리에 걸려있는 교복을 침대 위로 내던진다. 끼익, 문은 익숙한 저항의 소음을 내뱉은 후에서야 나의 이동을 허락한다. 물먹은 듯한 색채는 마루 바닥 위까지 울렁이는 손을 뻗대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였다. 그런데 잠시 눕고 싶었다. 이 가벼운 온기를 잠시만이라도 내 차디찬 몸 위에 얹고 싶어서. 내 손가락 사이로 그늘이 졌다 빛에 녹아들어 형체를 잃는다. 내 청춘의 끈은 갈 수록 짧아지지만, 나는 그 시간을 잡지 못한 채 허무한 손짓만을 반복한다.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온다. 눈을 감는다. 

 

여고생은 생각보다 힘든 직업이었다. 열여덟살을 앞둔 나는 자조 그득히 입꼬리를 올릴 줄만 알아서, 마룻바닥에 몸을 뉘인채 아무도 없는 빈집에게 실소를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조용한 희망을 품어낸다. 

내일은, 무언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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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안녕하세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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